카페 세모점빵은 연중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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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마을 입구에서 독일마을 쪽으로 향하다가 내산으로 방향을 틀어 한참가면 바람흔적미술관 조금 못 미쳐서 특이한 건물을 만나게 된다.

정면에서 보면 완전한 세모모양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강렬한 느낌의 건물, ‘물 건너온 세모점빵’이 그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겉모습을 보았을 때 느꼈던 ‘특이하다’는 느낌을 또 한 번 받게 된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산타클로즈 인형, 다양한 장식소품까지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면 전혀 이상할 것이 없지만 10월에도, 3월에도, 8월에 가도 세모점빵은 언제나 크리스마스다.

때 아닌 성탄 분위기에 어리둥절해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차림표에 적힌 차와 음료이름을 통해 이곳이 카페임을 알게 된다. 까만 칠판에 분필로 쓰인 메뉴에는 아메리카노와 라떼 등 커피류, 모히또와 뱅쇼 같은 가벼운 주류, 에이드와 홍차 등 차 종류의 이름이 적혀있다.

차림표 앞 매대에는 파운드 케이크들이 자리잡고 있다. 진저시나몬파운드, 초코초코파운드, 당근유자파운드, 로즈마리레몬파운드… 아는 사람은 알아도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를 케이크들이 종류별로 한 가득이다. 벽에 붙어있는 장식장에는 ‘물 건너온’ 예쁜 그릇과 드라이플라워들도 전시‧판매되고 있다.

차 또는 빵을 주문하면 세모점빵 안쪽에 설치된 긴 벤치에서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 수 있다. 벤치 뒤에는 그림들도 전시돼 있어 먹는 재미에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글로 풀자니 묘사가 길었다. 한마디로 ‘세모점빵’은 일년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 속에서 차와 빵과 그림을 즐길 수 있는 ‘갤러리 카페’다.

이 곳 주인 조쉬 프레야(Josh Freya) 씨는 서울에서 내려온 귀촌자다. 지난 2016년 초 남해에 내려와 삼동면 금남로 430(봉화리 1735-3번지)에 자리를 잡았다.

조쉬 프레야 씨가 남해에 터를 잡기까지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녀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전에 이미 대한민국 최대의 기업에 취업했고 이후 유수(有數)의 연구소에서 디자인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10년간 생활하기도 했다. ‘조쉬 프레야’ 라는 이름은 팝 아트를 공부한 그녀가 작품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예명이다. 지금은 본명보다 이 이름이 더 편해 남에게 자신을 알릴 때도 이 이름을 쓴다.

또래 여성들에 비해 꽤 많은 성취를 이룬 조쉬 프레야 씨였지만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 그녀는 점차 ‘조직’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 하는 숨 막히는 삶에 회의가 느껴졌다.

영국에서 귀국한 조쉬 프레야 씨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대도시에서 더 이상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조쉬 프레야 씨는 귀촌을 결심하고 제주와 속초, 남해 등 귀촌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그녀의 최종 선택지는 10년전 가족여행을 통해 인상깊게 봤던 남해였다.

남해에 내려 온 조쉬 프레야 씨는 자신의 사업장이자 살 집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에서 영감을 얻어 세모꼴의 집을 만들었다. 지붕과 벽에는 주변을 둘러싼 초록색 산과 대비되면서도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빨간색을 골라 칠했다. ‘세모’모양과 점포를 의미하는 경상도 방언 ‘점빵’을 합해 건물이름도 지었다. 콘셉트는 전언한대로 ‘1년 내내 크리스마스’로 정했고 그에 걸맞는 아기자기하고 예쁜 카페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림 그리는 사람답게 자신의 작품들도 벽에 걸었다.

2017년 10월, 마침내 ‘세모점빵’이 세상 빛을 봤다.

“처음 세모점빵 문을 열 때는 많이 긴장됐어요. 외지다면 외진 내산 입구에 위치해 있는데다 일년 내내 크리스마스라는 콘셉트가 손님들에게 호응을 얻을지 알 수 없었죠. 스스로에게 ‘나는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제 점빵을 세상에 내놨습니다.”

세모점빵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부끄럼이 많은 그녀여서 홍보는커녕 명함 한 장 안 만들었는데도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다 갔다. 어쩌다 인연이 닿아 지역 신문에도 나오고 방송전파도 탔다. 세모점빵은 그렇게 ‘요즘 남해에서 핫한 곳’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400~500명의 손님이 다녀갔을 정도였다.

세모점빵에서 그녀는 소박한 꿈을 꾼다.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갤러리 카페가 됐으면 좋겠다고…. 그냥 그만큼만 됐으면 좋겠다고.

 

세모점빵

삼동면 금남로 430(봉화리 1735-3번지)

 

/남해여행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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